소비자가 행복한 블로그
■글/허세은<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사무국ㆍ변호사>

사건 개요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미국 국적의 46세 오모 씨는 2011년 9월 3일 항공권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www.expedia.com)에서 2012년 1월 25일 뉴욕에서 출발하여 같은 해 1월 30일 다시 뉴욕에 도착하는 ○○항공 왕복항공권(뉴욕-인천-팔라우-인천-뉴욕)을 구입하였다. 그 후 2011년 9월 6일 이티켓(e-Ticket)을 수령하였으며 같은 달 10일 항공사 콜센터를 통해 좌석 등급 업그레이드도 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항공사로부터 항공권 이용요금에 오류가 있어 항공편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항공사는 항공편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미국에서 항공기 탑승시 이용할 수 있는 미화 2백달러 상당의 바우처 지급 등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오씨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용하는 바우처는 소용이 없어 수용하기 어려우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항공편 취소시 대체편을 제공하지 못한 경우에 준하여 미화 4백달러 상당의 마일리지 또는 현금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였다.

사업자 주장

○○항공은 소비자가 구입한 항공권은 신규 취항 예정인 항공편으로 미주 지역본부 담당 직원의 실수로 정상 가격에 비해 75% 낮은 가격으로 잘못 입력되어 5일간 판매되었다고 주장했다.

오입력 사실을 발견 즉시 해당 이용요금을 삭제하여 판매를 중단하고 항공권 구입 고객에게 운항 취소를 통보하였으며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을 감안하여 미국 교통부(DOT) 권고안에 따라 1년간 최저가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혜택, 여행 포기에 따라 발생하는 호텔비 등의 손해배상, 미국에서 항공권 탑승시 사용이 가능한 미화 2백달러 상당의 바우처 제공은 가능하나 그 외 다른 손해배상은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항공권을 판매한 후 2개월이나 경과한 시점에서 항공편을 취소한 것은 내부적으로 배상 방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고 항공편 취소의 정당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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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결정

첫 번째 쟁점은 항공사의 주장처럼 항공사가 인터넷에서 판매한 항공권의 가격을 잘못 입력한 것이 착오에 의한 것인지 여부이다. 민법 제109조에서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항공사는 미주 지역본부 직원이 항공권 이용요금 입력 테스트 과정에서 실수로 요금을 잘못 입력하였으므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공사는 소비자에게 항공권을 판매한 3일 후에 이티켓을 송부하고 소비자의 좌석 업그레이드 요청을 받아들여 비즈니스 등급으로 업그레이드 해 주었다. 항공권 판매 1개월 후에는 2회에 걸쳐 항공편의 스케줄 및 항공기를 변경하겠다고 통지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이런 점에 비추어 최소한 운항 스케줄 및 항공기 변경 시점까지는 해당 항공기를 할인 가격에 운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음이 명백하다고 보았다. 새로 취항하는 항공편의 홍보 필요성 때문에 저가로 항공권을 판매하여 이용객을 모집하기 위해 낮은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하였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항공사가 테스트 과정에서 가격을 잘못 입력했다고 주장하는 ATPCO시스템(Airline Traffic Publishing Company)은 항공사와 제휴로 항공사가 직접 운임을 등록하면 시스템을 통해 각 여행사나 항공권 판매 사이트로 뿌려주는 판매중개업체이다. 여기에 입력한 가격이 외부에 나타나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삭제하지도 않은 채로 5일이 경과하였다는 것은 항공사의 업무 처리 행태 등을 감안할 때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쟁점은 판매된 항공요금이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인정하더라도 항공사의 중대한 과실은 없었는지 여부이다.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라 할지라도 사업자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취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례에 의하면 중대한 과실이란 사업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

항공사는 항공운수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서 정확한 요금이 항공권 구매 사이트에 표시되도록 ATPCO 시스템에 정확한 이용요금을 입력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이용요금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을 입력한 것은 직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항공권을 판매한 후 2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명확한 이유 없이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임을 이유로 항공편을 취소하는 것은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항공사가 소비자에게 항공운송 계약 불이행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항공사가 소비자에게 좌석 업그레이드를 허용하고 운항스케줄을 변경하는 등 상당기간 항공기가 운항된다는 믿음을 심어준 점 △이용요금에 대한 의사표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는 경우에도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여 항공편을 운항하는 방법으로 승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취소한 점 △소비자인 오씨가 지급한 이용요금 60만8천6백59원을 약 4개월간 보유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따라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사업자의 고의ㆍ과실로 확약된 예약을 취소한 경우를 적용하여 미화 4백달러로 인정하고 조정결정일 당시의 환율에 따라 45만8백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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